이불은 얼마나 자주 빨아야 할까 고민하다 결국 계절이 바뀔 때까지 미루게 되는 물건입니다. 하지만 이불은 우리가 하루 6~8시간을 붙어 있는 물건이라, 땀과 피부 각질, 집먼지진드기가 빠르게 쌓입니다. 커버류(이불커버, 베개커버, 패드)는 2주에 한 번, 속통(솜이불, 차렵이불 본체)은 계절마다 한 번, 최소 1년에 2~3회 세탁하는 것이 기준입니다. 문제는 부피가 크다는 것뿐인데, 순서만 알면 세탁소에 맡기지 않고도 집에서 충분히 해결됩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세탁기 용량 확인입니다. 이불은 물에 젖으면 무게가 3~4배로 늘어납니다. 대략적인 기준은 10kg 세탁기에 싱글 차렵이불 1장, 14~17kg에 퀸 차렵이불 1장 또는 싱글 2장입니다. 세탁조에 이불을 넣었을 때 세탁조 위쪽으로 한 뼘 정도 여유가 남아야 물과 세제가 순환합니다. 꽉 눌러 담으면 겉만 젖고 속은 그대로인 데다, 탈수 때 한쪽으로 뭉쳐 세탁기가 덜덜 떨리며 멈추게 됩니다. 용량이 부족하면 근처 빨래방의 대형 세탁기를 쓰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다음은 소재 확인입니다. 이불에 붙은 케어라벨을 꼭 한 번 보세요. 폴리에스터 솜을 채운 일반 차렵이불과 극세사 이불, 면 홑이불은 대부분 물세탁이 가능합니다. 거위털·오리털(다운) 이불도 중성세제로 물세탁이 가능하지만 건조가 승부처입니다. 반대로 양모(울) 100%, 실크, 캐시미어, 라텍스 매트리스 커버, 그리고 안쪽에 접착 심지가 들어간 누비 제품은 집 세탁 시 수축·뭉침 위험이 커서 드라이클리닝을 맡기는 편이 안전합니다. 라벨에 물세탁 금지(물통에 X) 표시가 있으면 미련 없이 세탁소로 보내세요.
세탁 전 손질도 결과를 크게 바꿉니다. 이불을 침대 위나 바닥에 펼쳐 놓고 지퍼와 단추를 모두 잠그고, 커버가 분리되는 차렵이불이라면 커버와 속통을 분리합니다. 목 닿는 부분이나 발끝처럼 유독 더러운 자리는 미리 부분 처리를 해주세요. 중성세제나 주방세제를 물에 조금 풀어 부드러운 칫솔이나 스펀지로 결 방향으로 문지른 뒤 그대로 세탁기에 넣습니다. 침 얼룩, 땀으로 인한 누런 자국은 산소계 표백제를 40도 정도의 미온수에 풀어 30분에서 1시간 담가둔 뒤 세탁하면 훨씬 잘 빠집니다.
세탁기에 넣을 때는 이불을 김밥처럼 길게 말아 세탁조 벽면을 따라 도넛 모양으로 둘러 넣습니다. 가운데를 비워두면 물살이 통과하면서 골고루 빨립니다. 코스는 '이불', '대물', '침구' 코스가 있으면 그것을 쓰고, 없으면 '큰빨래' 또는 '표준' 코스에 물 높이를 최대로 맞춥니다. 물 온도는 면·폴리에스터는 30~40도, 극세사와 다운은 미온수인 30도 이하가 적당합니다. 뜨거운 물은 솜을 굳게 하고 극세사 결을 죽입니다.
세제는 많이 넣을수록 좋다는 생각을 버리는 게 좋습니다. 부피가 커서 헹굼이 어려운 이불에 세제를 과하게 넣으면 잔여 세제가 남아 이불이 뻣뻣해지고 냄새의 원인이 됩니다. 권장량의 70~80% 정도, 액체 중성세제를 쓰고 헹굼은 한 번 추가하세요. 섬유유연제는 이불의 흡습성을 떨어뜨리고 극세사·다운의 부풀림을 눌러버리니 생략하거나 아주 소량만 씁니다. 정전기가 걱정된다면 마지막 헹굼에 식초를 두세 큰술 넣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탈수는 짧고 약하게가 원칙입니다. 강한 탈수를 오래 돌리면 솜이 한쪽으로 몰려 자리를 잡아버립니다. 중간 세기로 5분 정도 돌린 뒤 세탁기를 열어 뭉친 부분을 손으로 두드려 풀고, 필요하면 한 번 더 짧게 탈수합니다. 다운 이불은 탈수 후 반드시 손으로 툭툭 쳐서 깃털을 흩어 놓아야 합니다.
건조가 이불 세탁의 절반입니다. 두꺼운 이불은 속까지 마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반쯤 마른 상태로 하루가 지나면 곰팡이 냄새가 자리를 잡습니다. 건조기가 있다면 저온 코스로 돌리고, 중간에 두세 번 꺼내 흔들어 솜을 풀어주세요. 테니스공이나 건조기용 울볼 두세 개를 함께 넣으면 솜이 뭉치지 않고 부풀어 오릅니다. 건조기가 없다면 통풍 좋은 곳에 봉 두 개를 나란히 걸쳐 M자 형태로 널고, 오전에 널어 오후에 앞뒤를 뒤집습니다. 한 줄에 반으로 접어 널면 접힌 안쪽이 마르지 않습니다. 여름 장마철에는 실내에 널고 선풍기나 제습기를 이불 쪽으로 향하게 두면 반나절 정도로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다 마른 이불은 손으로 전체를 두드려 솜을 살린 뒤 완전히 식힌 다음 정리합니다. 따뜻한 상태로 압축팩에 넣으면 남은 습기가 갇혀 냄새가 납니다. 보관할 때는 압축팩보다 통기되는 부직포 커버가 좋고, 압축팩을 쓴다면 절반 정도만 눌러 솜의 복원력을 남겨 두세요. 세탁 사이 기간에는 일주일에 한 번 이불을 걷어 침대 발치에 접어두고 창문을 열어 30분만 환기해도 습기와 냄새가 크게 줄어듭니다. 이 습관 하나가 다음 세탁을 훨씬 편하게 만들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