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쌀쌀해지고 난방을 켜기 시작하면 가습기를 꺼내는 집이 많아집니다. 그런데 가습기는 물을 담아 두는 기계라서 관리를 조금만 소홀히 해도 물통 안쪽이 미끈거리고 하얀 물때와 분홍색 얼룩, 퀴퀴한 냄새가 생깁니다. 이 상태로 계속 틀면 깨끗한 수증기 대신 세균과 곰팡이가 섞인 공기를 마시게 되는 셈이에요. 오늘은 가습기를 위생적으로 쓰기 위한 매일 관리, 주간 세척, 시즌이 끝난 뒤 보관까지 순서대로 정리해 드릴게요.
가장 기본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매일 물을 새로 갈아 주는 것입니다. 남은 물에 새 물을 계속 덧붓는 습관은 세균이 늘어나기 딱 좋은 환경을 만듭니다. 하루 사용이 끝나면 물통에 남은 물을 모두 버리고, 물을 조금 받아 흔들어 헹군 뒤 뚜껑을 열어 두어 말려 주세요. 다음 날 쓸 때 새 물을 채우면 됩니다.
가습기에 넣는 물은 정수기 물보다 수돗물이 더 낫습니다. 수돗물에는 소독용 염소 성분이 약간 남아 있어서 세균 번식을 늦춰 주지만, 정수기 물이나 끓여서 식힌 물은 이 성분이 빠져 있어서 오히려 세균이 빨리 늘어날 수 있습니다. 다만 초음파식 가습기에 수돗물을 쓰면 물속 미네랄 때문에 가구 위에 하얀 가루가 내려앉을 수 있으니, 가습기를 사람에게서 2미터 이상 떨어뜨리고 매일 물을 갈아 주는 것을 원칙으로 해 주세요.
일주일에 한두 번은 구연산으로 물때를 녹여 내는 세척을 해 줍니다. 물 1리터에 구연산 1큰술을 녹여 물통과 수조에 붓고 30분에서 1시간 정도 그대로 둡니다. 시간이 지나면 하얗게 굳어 있던 물때가 부드러워지는데, 이때 부드러운 스펀지나 솔로 가볍게 문질러 닦아 주세요. 구연산이 없다면 식초를 물과 1대 1로 섞어 같은 방법으로 써도 됩니다.
물통 입구가 좁아 손이 들어가지 않는다면 쌀 한 줌을 넣고 구연산 물을 조금 부은 뒤 뚜껑을 닫고 흔들어 주세요. 쌀알이 안쪽 벽을 문질러 주면서 손이 닿지 않는 곳의 물때까지 떨어집니다. 젖병 세척용 긴 솔이 있다면 함께 쓰면 더 깔끔합니다.
초음파식 가습기라면 수조 바닥에 있는 동그란 진동자를 특히 신경 써야 합니다. 진동자에 물때가 쌓이면 분무량이 줄고 고장의 원인이 됩니다. 구연산 물을 진동자가 잠길 만큼 부어 10분 정도 불린 뒤 면봉이나 부드러운 칫솔로 살살 닦아 주세요. 철수세미나 뾰족한 도구로 긁으면 진동자 표면이 손상되니 절대 쓰면 안 됩니다.
가열식이나 복합식 가습기는 물을 끓이는 히터 부분에 하얀 석회가 두껍게 쌓이기 쉽습니다. 이 경우에도 구연산 물을 넣고 1시간 정도 불리면 대부분 쉽게 떨어집니다. 기화식 가습기의 필터는 제품 설명서에 따라 물에 헹궈 말리고, 딱딱하게 굳었거나 냄새가 나면 교체해 주세요. 어떤 방식이든 본체 아랫부분이나 전기 부품이 들어 있는 곳은 물에 담그지 말고, 젖은 행주로 닦기만 해야 합니다.
세척이 끝나면 구연산이 남지 않도록 깨끗한 물로 두세 번 충분히 헹궈 주세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단계는 완전히 말리는 것입니다. 물기가 남은 상태로 바로 조립하면 그 틈에서 다시 곰팡이가 자랍니다. 부품을 분리한 채로 통풍이 잘되는 곳에서 반나절 이상 말린 뒤 조립해 주세요.
여기서 꼭 기억해야 할 주의사항이 있습니다. 가습기 물에 살균제, 락스, 세제, 아로마 오일 등을 넣어 함께 분무하는 것은 절대 하지 마세요. 물에 섞인 화학 성분이 수증기와 함께 그대로 공기 중으로 퍼져 호흡기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세척할 때만 구연산이나 식초를 쓰고, 가동할 때는 깨끗한 물만 넣는 것이 원칙입니다.
가습기를 놓는 위치도 위생과 관련이 있습니다. 벽이나 커튼 바로 앞에 두면 습기가 한곳에 모여 벽지에 곰팡이가 생기기 쉽고, 바닥에 바로 두면 물기가 고여 마루가 들뜰 수 있습니다. 바닥에서 50센티미터 이상 높은 곳, 벽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두고 실내 습도는 40~60퍼센트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 적당합니다. 창문에 물방울이 맺힐 정도라면 습도가 너무 높다는 신호입니다.
봄이 되어 가습기를 정리할 때는 마지막으로 구연산 세척을 한 번 더 하고, 모든 부품을 이틀 정도 충분히 말려 주세요. 완전히 마른 부품은 분리한 상태로 상자에 넣고, 습기 흡수용 신문지를 한 장 함께 넣어 두면 다음 시즌에 꺼냈을 때 냄새 없이 바로 쓸 수 있습니다. 다시 꺼낸 날에는 첫 사용 전에 물로 한 번 헹궈 주는 것도 잊지 마세요.
정리하면 가습기 관리의 핵심은 매일 물 버리고 말리기, 주 1~2회 구연산 세척, 세척 후 완전 건조 세 가지입니다. 이 습관만 지켜도 물때와 냄새 걱정 없이 겨울 내내 촉촉하고 깨끗한 공기를 누리실 수 있을 거예요.